오늘도 잉여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 위해 갖은 짓을 합니다
얼굴에 꿀미숫가루를 바른 채 잘 들지 않는 칼로 사과를 깎습니다
마치 곶감 만들 때 감 벗기는 기계로 깎은 것 마냥 맨들하게 보이니 기분이 상쾌합니다
생크림은 그럭저럭 여유롭고
디저트는 먹고 싶고..
케익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굳이 보슬한 소보루 상태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대충 합니다
대미를 장식할 파운드케익을 위해 어설프게 두숟갈 버터를 녹여
분유 두 숟갈
밀가루...얼마인지 모름 숟갈
계피 차숟갈로 한 숟갈 설탕 대충 부어에 섞어 줍니다
호박고구마가 달긴 하지만 어느정도 뻑뻑하니 꿀을 섞고
없애줄 요량으로 잉여 건포도도 넣어줍니다
사과귤조림..
버터가 얼마 없으니 포도씨유 한 숟갈과 써져있는 재료와 물을 넣고 끓여줍니다
나는 안 심심하나 케익만 올리면 보는 사람이 심심하니
저런 번거로운 샷을 찍기 위해 연출합니다
버터를 넣으면 끝내주겠지만 아까우니 넣지 않습니다
괜히 커피향도 느끼고 싶어 생크림에 설탕 쪼끔과 캔카푸치노를 1/3 따라 섞어줍니다
아래 슈퍼에서 왕란 세개를 사왔는데 다 넣었더니 계란 냄새가 쫌 나는 것 같습니다
버터 냄새가 난다면 좋았을텐데
우야튼 생크림에 밀가루 털어넣어 섞으니 너무 울렁합니다
밀가루를 너무 적게 넣었나봅니다
이 과정에서 슬슬 정체성 잃어갑니다
옆에 있는 식빵을 잘라 넣어 묽은 반죽을 보완해줍니다
빵이 들어가니 케익이라고 해도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소보루가 예술입니다
눅진한 소보루가 아닌 바삭달달한 쿠키같은 소보루입니다
아몬드가루가 없어 계피를 넣었는데 아주 맛있습니다
버터 냄새가 나면 좋을텐데 좋을텐데 버터가 들어가면 환상적인 맛이었을텐데
제 기준에선 적당히 답니다
묵직하고 느끼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 딱 어울릴 그런 맛입니다
솔직히 이 정도 양의 소보루로도 적당하겠지만
소보루가 맛있으므로 더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버터의 아쉬움이 더 크지만
소보루에 버터가 들어갔기 때문에 소보루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